잔잔자라 자라자라잔🎶

투명한 글에 비추어진 칵테일 이야기들

오늘도 단골 칵테일 집에 온 당신. 오늘의 기분과 칵테일 바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주문하셨군요! 현란한 기술로 바텐더가 금방 칵테일을 건냅니다.여러분은 칵테일의 어떤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시나요? 예쁜 가니쉬🍋? 크고 투명한 얼음🧊? 음료의 다채로운 색🍸️? 한번, 여러분의 칵테일이 담겨있는 ‘잔’을 떠올려볼까요?

잔은 그냥 예쁘면 된 거 아닌가?

물론 예쁜 잔에 담겨있는 칵테일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 잔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하지만 알고 즐기면 더 맛있는 칵테일! 오늘은 칵테일이 담기는 잔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볼게요.

샷잔, 하이볼잔, 락잔, 칵테일잔

원 샷, 리로드!

먼저 가장 기본적인 샷 잔(Shot Glass)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샷 잔은 용량이 30mL~45mL 정도의 매우 작은 잔으로, 주로 술을 나누어 마시지 않고 한 번에 마실 때 사용합니다. 종종 계량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죠. 이 잔을 활용한 칵테일은 술이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는데, 대표적으로 몽키브레인, B-52 등이 있습니다.

샷 잔은 미국 서부 개척 시대🌵가 배경인 영화 속 술을 단숨에 마시는 장면에 종종 등장하는데요. 역시 샷 잔은 이 시대와 연관이 깊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 없듯이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에는 총기🔫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총기 소지가 자유로웠고, 시대가 어지러운 만큼 술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죠. 이러한 배경 덕에 사람들이 술값으로 돈 대신 총알을 내는 신기한 문화가 등장했습니다🤠. 위스키 35mL 정도의 한 잔을 마시면 술잔에 총알 하나를 넣어놓고 퇴장하는 거죠!

이렇게 작은 양의 술과 총알을 담던 이 잔은 샷 잔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러한 과거 덕에 지금도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총알을 재장전을 한다는 뜻을 담아 위스키를 추가로 주문할 때 ‘리로드(Reload)’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이번 역은 정차 없이 지나갑니다. 칙칙 폭폭

두 번째 주자는 하이볼 잔(Highball Glass)입니다. 300mL 내외의 넉넉한 용량과 무난한 형태를 가지고 있고 두께도 두꺼운 편이라 사용성이 좋은 잔인데요. 주로 진토닉, 쿠바리브레 같은 “하이볼” 형태의 칵테일에 사용됩니다.

이 잔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하이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하이볼에 관한 이야기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역🚂과 연관된 것입니다. 옛날 기차역에서는 기둥에 공🏐이 매달아 만약 이번 역에 정차할 필요가 없다면 공을 높이 올려 기관사에게 신호를 보냈습니다. 이 신호를 본 기관사👨‍✈️는 “하이볼!”이라고 외치며 빠르게 기차역을 지나쳤죠. 이렇게 빠르게 이동하라는 의미는 다른 칵테일보다 빠르게 서빙되는 하이볼의 특성과 비슷했고, 기차 식당칸의 바텐더들이 이를 은어로 사용하면서 의미가 굳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골프장🏌‍♂️에서 높이 뜬 골프공과 관련된 이야기 혹은 떠 있는 해🌞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지만 오늘은 다른 잔들도 알아봐야 하니까 패스! 칙칙 폭폭, 다음 잔을 만나러 가보자고요!

락잔

얼음이 없다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없던 남성미도 솟아날 것 같은 록 잔(Rocks Glass)입니다. 올드 패션드 글라스(Old Fashioned Glass)라고도 불리죠. 용량은 하이볼 잔과 비슷하지만 높이가 낮고, 도수 높은 술에 큰 하나의 얼음만 담아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묵직함을 줍니다. 대표적으로 블랙 러시안, 올드 패션드 등의 칵테일이 이 잔에서 만들어지죠.

그런데 록 잔의 이름에서 “Rock”이 정말로 돌멩이🪨를 의미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냉동 및 냉장 기술이 부족해 얼음이 귀했던 시절, 시원한 위스키🥃를 먹고 싶었던 사람들은 계곡이나 강가에서 차가운 돌멩이를 주워 얼음 대신 썼다고 합니다. (여러분, 따라 하시면 안 돼요⚠️) 이러한 형태가 바로 “온 더 록”의 유래, 그리고 이를 담던 잔이 록 잔인 거죠! 이 밖에도 얼음이 귀하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록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말도 있습니다. 당시 “Rocks”는 귀한 광물💎을 뜻하는 은어였거든요.

어쩌면 옛날에는 술보다 얼음이 더 비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여러분은 얼음이 보석만큼 비싸서 돌멩이를 대신 써야 했으면 어땠을 것 같나요? 저였으면 술을 좀 줄였을 것 같네요😅.

어떻게 칵테일 잔 이름이 Cocktail Glass?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 잔(Cocktail Glass)입니다. 마티니 잔(Martini Glass)으로 많이 알고 계실 텐데요. 이 잔은 120mL내외의 용량으로,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잔들과 달리 이 친구는 기둥이 있고 얼음 없이 서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 잔을 활용하는 칵테일로는 대표적으로 코스모폴리탄, 에스프레소 마티니, ⭐맨하탄⭐ 등이 있죠.

칵테일잔

이 잔이 탄생한 이유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요. 유럽과 서양 쪽 귀부인들이 목주름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목을 조금만 들어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잔의 형태를 만들었다는 말도 있고, 좀 더 단순하게는 음료가 공기에 더 많이 노출되어 공기 중에 향이 퍼지도록 고안됐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미국 금주법 시대 때 위쪽이 넓은 잔의 형태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경찰🚔이 술집에 들어오면 누구보다 빨리 술을 던져 없애버리기 위해 위쪽이 넓다는 것이죠!

아마도 많은 분이 “칵테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잔이 이 잔일 텐데요. 이렇게 멋진 잔이 범죄 현장을 은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니, 저는 그냥 멋진 잔의 형태만 기억하고 싶네요😎.

지금까지 칵테일에 쓰이는 많은 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4가지 종류의 잔의 간단한 소개, 그리고 그와 얽힌 짧은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가 가장 재밌었나요? 저는 제 이름이 맨하탄이라 그런지 칵테일 잔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칵테일은 어떤 잔에 담겨오냐에 따라 음료에 대한 감상, 가니쉬, 맛을 즐기는 방법까지도 달라집니다. 다음에는 칵테일이 어떤 잔에 담겨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칵테일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p.s. 여러분, 잔이 예쁜 이유는 비싸서입니다. (쨍그랑) 그러니까 설거지는 술 깨고 정신 차리고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