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수현 COO
사무실 한 켠에서 끓이던 베이스 한 솥이 1,400곳의 시스템이 됐다
사무실 한 켠에서 끓이던 베이스 한 솥이 1,400곳의 시스템이 됐다
“거창한 비전 때문은 아니에요. 어제까지 안 되던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리피즈 COO 권수현입니다. 제 커리어는 푸드 스타일링과 식품 R&D 분야에서 시작되었어요. 경희대학교 호스피탈리티 경영학 석사를 마쳤고, 주방·식품 위생·주류까지 식음료 운영의 거의 모든 단계를 직접 다뤄왔습니다.
지금 리피즈에서는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이 메뉴들이 약 1,400개 매장 어디서나 흔들림 없는 퀄리티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율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초기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대량 생산, 그리고 현장 도입까지의 모든 과정이 제 손을 거쳐 실제 매장의 운영 구조로 안착하고 있어요.
초기부터 함께 회사의 기틀을 다져오다 보니, 회사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구조를 갖추게 되었는지 맥락과 디테일을 잘 알고 있는 편이기도 해요. (웃음) 그래서 가끔 팀 안에서 "그거 왜그랬지?" 하는 질문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제 쪽으로 시선이 모이곤 합니다.
Q. 리피즈에 합류한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첫 꿈은 요리사였습니다. 제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행복했고, 그 음식을 나누며 모이는 따뜻한 자리 자체가 좋았거든요. 자라면서 관심사가 F&B 기획으로 확장되었는데, 기존 F&B 산업 구조 안에서는 시도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느꼈어요.
정수님과는 20살 때 경영학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미련할 정도로 끝까지 붙드는 타입이고, 정수님은 똑똑하게 길을 찾아내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상반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가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정수님이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이곳에서라면 제가 애정을 가진 외식업을 훨씬 넓은 차원에서 다룰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특히 F&B와 기술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운영 방식이 탄생하는 영역에 큰 기회가 있을 거라 보았습니다. 그렇게 리피즈에 합류해 지금까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Q. COO로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아직은 초기 조직이라 역할의 경계 없이 다양한 영역을 두루 살피고 있어요. 굳이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윤활제' 역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대표가 설정한 방향성이 실제 운영 구조 안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영업팀이 제품을 더 잘 팔 수 있도록 자료와 제품을 지원하며, 기술개발팀이 만든 로봇이 매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현장의 피드백을 모아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리피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결정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아카이빙하는 일도 맡고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결정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뿌리가 약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처음 B2B 런칭을 준비할 때였어요. 우리가 원하는 하이볼 베이스를 만들어줄 제조 공장을 찾았는데, 어느 곳도 우리 주문 수량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MOQ(최소 주문 수량)가 안 맞았던 거죠. 규모가 큰 공장은 수량이 너무 적다고 거절했고, 작은 공장은 까다로운 레시피를 맞춰주지 못했어요.
결국 사무실 한 켠에 작게 분리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직접 식품 가공업 허가를 냈어요. 낮에는 사무 업무와 제품 개발을, 밤에는 초기 매장에 납품할 물량과 영업용 샘플을 직접 끓였어요. 그게 리피즈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초기에 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에서 중요한 거래처의 첫 납품 납기를 못 맞춰서, 정수(CEO)님, 경표(CTO)님과 함께 공장에 가서 밤새 병에 충진을 하고, 실링을 하고, 라벨을 붙였던 기억도 있네요. 그런 시간이 있으니까 지금의 리피즈가 있는 거겠죠?
Q. 무엇이 계속 리피즈에서 일하게 만드는지 궁금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잘 몰라요. (웃음) 누가 "왜 그렇게 열심히 해?"라고 물으면 답을 못 하겠어요.
지치지가 않아요. 솔직히 지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쉬다가도 다시 일이 하고 싶어져요. 리피즈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질리지가 않아요. 계속 또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되는 일이 생기거든요.
거창한 비전 같은 건 아니에요. 어제까지 안 되던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막연한 목표가 하나 생겼어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방점을 찍을 때까지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Q. 리피즈에서 일하는 게 다른 회사와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요?
리피즈 사람들은 어떤 일에도 그냥 "안 된다"라고 말하지 않아요.
리피즈에서는 "왜 안 되지?"보다 "어떻게 하면 되지?"가 먼저 나와요. 처음 베이스 공장을 못 구했을 때도 "런칭을 미루자"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끓이자"가 됐던 것처럼요. 논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움직이면서 답을 만들어가는 문화가 강해요.
Q. 수현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리피즈다운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요?
운영팀에서 두드러지는 색깔과 회사 전체가 공유하는 색깔이 조금 달라서, 두 가지 모습으로 나누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운영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리피즈다운 모습은 '누군가의 불편함을 자기 일처럼 캐치하는 것'입니다. 매장 사장님이 "이게 좀 불편한데…" 하고 스치듯 건넨 한마디를 그냥 흘려듣지 않고, "왜 불편하실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정성이죠. 운영은 결국 남들이 보지 못하는 디테일을 챙기는 일이니까요.
리피즈 전체로 넓혀보면,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진 분들이 가장 '리피즈답다'고 느껴져요.
첫째는 '무수한 일 속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골라내는 감각'이 있는 사람입니다. 스타트업은 해야 할 일이 무한히 쏟아지는데, 그중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내는 눈이 필요하거든요.
둘째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저희는 "느낌상 이럴 것 같다"는 모호한 이유로 결정하지 않아요.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본인만의 언어로 담백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결을 지닌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작은 바람을 하나 더하자면, '서로의 필요를 알아봐 주는 따뜻함'이 있는 모습이면 좋겠어요. 결국 좋은 팀이란 서로의 역할과 필요성을 빠르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에서 온다고 믿거든요.
솔직히 거창한 약속은 드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리피즈의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 "내가 정말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구나" 하고 자부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런 가치 있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