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izz Robotics
송정수
인터뷰202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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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정수 CEO

주방의 표준을 다시 쓴다 — 5년 뒤, 리피즈가 만든 표준에서 시작될 거예요

주방의 표준을 다시 쓴다 — 5년 뒤, 리피즈가 만든 표준에서 시작될 거예요

“5년 뒤 한국의 주방이 지금이랑 똑같이 생겼을까요? 아닐 거예요. 그리고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일하는 경험은 흔치 않아요.”

송정수 CEO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리피즈의 송정수 CEO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뭘 만들고 코딩하는 걸 좋아해서, 과학고를 거쳐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를 졸업했고, 인바디 미래연구실, 루아랩 CTO, 래비노 제품개발 팀장을 거쳐 리피즈를 창업했어요. 재밌는 건 제가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있고, 지금도 협력 매장에 무급으로 알바를 나가거나 로봇 설치 현장에 직접 나간다는 거예요. 책상 앞에서는 안 보이는 게 현장엔 너무 많거든요. (웃음)

Q. 리피즈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리피즈가 풀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지 결정하는 일이에요. 사실 제가 하는 일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중요한 문제를, 얼마나 선입견 없이, 얼마나 좋은 방식으로 풀어 나가느냐. 이게 결국 회사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실제 고객의 눈높이로 내려가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책상 위에서 짜낸 제 논리보다 고객 인터뷰가 낫고, 고객 인터뷰보다는 직접 고객이 되어보는 게 훨씬 낫거든요. 머리로만 아는 것과 몸으로 아는 건 완전히 다른 결정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초반에는 진짜 거의 모든 일을 다 했어요. 직접 만들고, 팔고, 유지 관리하고, 돈도 구해오고.

지금은 셋으로 정리됐어요. 같이 풀 문제를 정의하는 일, 같이 풀 사람들을 모으는 일, 그리고 같이 풀 돈을 벌어오는 일. 이렇게 3가지를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웃음)

Q. 리피즈를 창업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주방 자동화"가 아니었어요. 저는 원래 순수 물리나 과학을 하려고 했어요. 과학의 발전이 세상에 도움을 준다는 게 좋아서요. 그러다 창업 쪽으로 마음이 기운 건, 창업이 같은 결을 갖되 더 빠른 시일 안에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제가 스타트업이 잘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라고 봐요. 시장이 이미 충분히 크고, 그런데도 레거시해서 기술로 효율화할 여지가 큰 시장. 그 두 개가 맞아떨어지는 곳을 찾았어요. 한국 자영업 시장이 정확히 그랬어요. 운영비의 50프로 이상이 인건비예요. 절반이 넘죠. 그리고 매년 25%가 폐업해요. 그런데 자동화 로봇의 도입률은 매우 낮았죠. "이건 누가 봐도 풀어야 할 문제인데, 왜 아무도 제대로 못 풀고 있지?"

풀어보니까 답은 클라우드 로보틱스였어요. 비싸고 큰 로봇 한 대를 매장에 넣는게 아니라, 싸고 작은 로봇을 클라우드로 연결해서 협업시키는 거. 그게 리피즈가 가는 방향이에요.

Q. 1년 만에 매장이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그 사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풀무원이 우리 바텐더 로봇을 인천공항 스카이허브 라운지에 도입했을 때예요. 처음 미팅하러 갔을 때만 해도 "스타트업 제품을 라운지에 넣는다고?" 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데모를 보시더니 바로 "설치 들어가시죠"가 됐어요. 그 도입이 의미가 컸던 건, 풀무원이라는 검증된 운영자가 24/7 무중단으로 우리 로봇을 돌리는 환경에서 안정성을 입증한 거였거든요. 그다음부터 리조트, 골프장, 호텔은 물론이고 쿠우쿠우 같은 뷔페 프랜차이즈까지 도입이 이어졌어요. 지금 누적 공급 업장이 1,400곳을 넘어요.

Q. CEO로 일하면서 진짜 힘든 점도 있을 텐데요.

매일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게 일이에요. 검색해도 안 나와요. 책에도 없어요. 우리가 만들어가는 거예요. 어떤 결정이든 결국 제가 해야 하는데, 그 결정으로 회사가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무게가 늘 있어요.

다행히 각 영역을 책임지는 동료들이 있어요. 회사를 함께 시작한 권수현 COO는 운영과 식품 R&D를, 허경표 CTO는 제품 아키텍처와 기술 전략을 책임지고 있어요. 강민수 개발팀장은 제품의 기술 구현을 리드하고, 임준상 매니저는 현장과 전략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기술 자문으로 이동진 교수님이 핵심 기술 의사결정을 함께 검토해주시고요. 다들 본인 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으로 매일이 굴러가요.

Q. 어떤 분과 함께 일하고 싶으세요?

세 가지가 있어요.

스마트하고 태도가 좋은 분. 둘 다 있는 분과 일할 때 회사가 가장 빠르게 움직여요. 어느 한쪽만 있는 경우는 종종 봤는데, 두 가지가 같이 가는 분은 생각보다 드물거든요.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 분. 경험과 감으로 판단하다 보면 어딘가에서 꼭 실수가 나오는 것 같아요. 자기 직관을 의심할 줄 알고 숫자로 검증하려는 분이 결국 더 좋은 결정을 내리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실제 필드에서 고객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분. 굉장히 유능하신 분들 중에도 숫자와 자기 논리에 매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데이터라는 건 결국 이미 일어난 일을 해석하는 후행지표잖아요. 그래서 데이터만큼이나 인터뷰, 세일즈, 고객 경험 같은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이런, 어떻게 보면 고될 수 있는 일을 기꺼이 하실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해요. "리피즈 없이 어떻게 했지?"라는 말이 사장님들 입에서 나오는 거예요. 새벽까지 일하시던 점주님이 가족과 저녁 먹을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을 더 가치 있는 일에 (매장의 성장에) 쓰실 수 있는 것. 그게 우리가 그리는 그림입니다.

5년 뒤 세계의 주방이 지금과 똑같지 않을 거예요. 그 변화의 한가운데 리피즈가 있을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다시 쓰는 일을 우리는 매일 합니다. 이 길을 함께 걸을 분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